필자같은 40~50대에게 한때 라면하면 단연 삼양라면이었다. 일본이 원조인 라면은 1963년 삼양식품이 국내에 처음 출시함으로써 한국에 소개됐다.
지금이야 가벼운 한 끼 식사의 대용으로 라면을 먹지만 삼양라면이 처음 선 보였을 때만해도 라면은 그래도 좀 형편이 넉넉한 가정에서나 맛 볼 수 있는 특급 간식처럼 여겨졌다. 1봉지에 10원이었던 삼양라면은 처음 한국인의 식성에 맞지않아 다소 고전을 했으나 우리 입맛에 맞도록 개량하고 그 간편성이 입소문을 타기시작, 1966년에는 연간 240만봉지, 1969년에는 1,500만봉지가 팔리는 등 급성장했다. 이후 삼양라면은 1972년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컵라면을 출시하는 등 탄탄대로를 걸어 시장점유율 40~50%를 기록하며 라면업계 선두를 달렸다.
하지만 삼양라면은 1989년 11월 ‘우지(牛脂)라면파동’을 겪으면서 급전직하, 부도위기에까지 내몰렸다. 라면 제조에 쓰이는 우지(쇠기름)가 식용이 불가능하다며 검찰이 기소하는 바람에 삼양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9년이라는 긴 법정공방 끝에 1997년 8월 대법원이 “우지가 식용이 아니라거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며 삼양라면 측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미 이 회사는 후발주자인 농심에 시장점유율 1위를 내준 뒤였다.
사법당국의 수사나 소비자단체의 섣부른 문제제기로 잘 나가던 식품회사가 위기에 처한 것은 비단 삼양라면 뿐이 아니다. 1997년 검찰은 우리농산 등 3개 회사가 인체에 치명적인 포르말린을 부패방지를 위해 통조림에 첨가했다며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통조림에서 검출된 것은 포르말린이 아닌 포름알데히드로, 자연상태 식품들에도 존재하는 성분”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때는 업체들이 대부분 도산한 뒤였다.
2004년의 ‘쓰레기 만두소’ 파동도 마찬가지였다. 불량 만두소가 만두 제조업체에 납품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수사 내용을 발표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만두소를 납품받은 업체들을 공개했다. 비난 여론이 거세졌고 만두업체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업체 사장은 투신자살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두 파동도 2005년 만두소 공급업자 두 명이 집행유예를 받는 선에서 끝났다.
최근에도 이 같은 사태가 재발했다. 바로 카드뮴 낙지 파동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3일 시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팔리는 연체류 14건과 생선 14건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국내산과 중국산 낙지 머리에서 카드뮴이 ㎏ 당 최고 9.3mg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낙지 다리 등에 허용되는 카드뮴 기준치인 ㎏ 당 2mg보다 5배나 많은 수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낙지 머리나 생선 내장은 먹지 않는 부위로 분류돼 그동안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시민들이 즐겨먹는 부위인 만큼 낙지나 문어를 먹을 때, 머리 부위의 먹물과 내장을 제거하고 먹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카드뮴은 중독됐을 경우 ‘이타이이타이 병’과 전립선 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유해 중금속이다. 이 발표가 나오자 당장 시중에서는 대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서울 무교동 낙지골목은 파리가 날릴 정도로 손님이 뚝 끊겼고 전남 등 주요 낙지산지에서는 한창 낙지 출하철을 앞두고 소비가 주는 바람에 한숨이 터져나왔다.
상황이 이처럼 확대되자 식약청이 재검사에 나섰다. 식약청은 30일 낙지 문어 꽃게 홍게 대게 등 196건을 수거해 납, 카드뮴 함량을 조사한 결과 모두 안전했다고 30일 밝혔다. 식약청은 “체중 55kg 성인 기준으로 1주일에 내장을 포함한 낙지 2마리, 꽃게 3마리, 대게 반 마리를 평생 먹어도 위해하지 않다”면서 “내장을 포함하지 않는 경우엔 1주일 평균 낙지 55마리, 꽃게 18마리, 대게는 8마리도 괜찮다”고 말했다. 양측의 주장이 상반돼 다소 어리둥절하지만 식품안전에 관한 최고의 책임주무부처인 식약청이 신속하게 뒤처리에 나서 해명한 것은 다행이다. 국민의 먹거리의 안전여부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관련업계의 생사를 좌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당국은 행정조치를 취하는데 보다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다.